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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29)] 모스크바 이즈마일로보 시장에서 샤슬릭 맛보기

국외여행/러시아 Russia

by 청년여행 2024. 2. 2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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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지하철역은 참 깊지만,

깊은 땅속에 있어도 아름다운 지하철 내부에 시선이 빼앗겨 지하철이 타기 싫을 정도로 눈이 즐거운 곳이다.

한편으로 예전 소련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 간혹 남아 있어 러시아 속 또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바우만스카야(Бауманская) 역에서 다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파르티잔스카야(Партизанская) 역으로 이동을 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역 내부에는 이런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조각상이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이곳이 예전에 사회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라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도 모두 친절했고

나 말고는 아무도 이런 조형물이나 지하철 외관에 신경 쓰지 않아 금세 이런 모습에 익숙해졌다.

 

 

지하철 역에서 10여분 정도 걸어 이즈마일로보 시장에 도착했다.

시간이 저녁 7시를 넘어가는 시간이어서 장사를 하는 가게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저녁을 먹을 곳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장을 방문했다.

 

이즈마일로보 시장 Измайловский базар / Izmaylovskiy Bazar
모스크바 시내에서 북동쪽에 위치해 있는 시장이다.
주말에 방문하면 러시아풍의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러시아 전통목각인형인 마트료시카와 손으로 직접 만든 숄, 장식품 등 다양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다
오후 7시 전후로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이른 오후에 방문을 하는 것이 좋다. 

 

 

시장 입구에 도착했는데 왠지 시장이 휑한 느낌이다.

그나마 가끔 보이는 사람들도 시장에서 나오는 사람만 있었고 나처럼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전혀 안 보였다.

하긴, 야시장도 아니고 저녁 7시에 지역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녁을 먹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돌아돌아 왔는데 저녁을 못 먹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럴 거면 아까 웍투웍(Wok to Walk)에 헛걸음 했을 때 이즈마일로보 시장이 아니라 시내 쪽으로 갔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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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입구에 들어섰는데 정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오늘 영업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유명한 시장이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이나 좀 찍고 가야겠다 싶은 생각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시장 입구에 있는 어느 가게 한 곳이 문을 연채로 아직 영업 중인 모습이 보였다.

둘러보니 문을 연 가게가 더는 없는 것 같아 우선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들었더니 가게 직원이 내 핸드폰을 보고 자세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는데, 나도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며 답을 했다.

 

그러고 보니, 꼬치 종류를 굽는 모습이 보여 호기심이 생겨 더 말을 걸어봤다.

영어로 이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영어로 샤슬릭(Шашлык, Shashlik)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이럴 수가,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서 샤슬릭을 맛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나 했었는데

어떻게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떡하니 장사를 하고 있던 가게가 샤슬릭 가게였다니,

신기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2층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망설일 것도 없이 올라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직원이 안내한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갔더니 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식당이 나타났다.

영업을 종료할 시점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조금 전 식사를 마치고 떠나간 사람들의 흔적만이 남아 나를 맞아주었다.

 

아무래도 내가 오늘 이 가게의 마지막 손님이 될 것 같았다.

 

 

샤슬릭 1인분과 맥주를 한병 달라고 주문했다.

맥주는 어떤 것을 마실건지 직원이 물어봤는데, 어떤 것이든 좋으니 러시아 맥주를 한병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맥주를 내어주었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오크통에서 만든 맥주인 것 같았는데 톡 쏘는 맛과 오크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맥주였다.

샤슬릭과 참 잘 어울리는 맥주였다.

 

 

그렇게 내가 주문한 샤슬릭이 나왔다.

샤슬릭은 꼬치음식을 얘기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빵과 샐러드, 그리고 양갈비구이가 나왔다.

꼬치만 나왔으면 양이 좀 적었으려나 했는데 오히려 양갈비가 나와서 더 맘에 들었다.

 

샤슬릭 Шашлык Shashlik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권 국가에서 많이 먹는 타타르식 고기 꼬치구이요리다.
타타르는 튀르크 계통 부족의 하나인데, 그들이 자주 먹었던 '꼬치에 꿴 음식'을 샤슬릭이라 했다.
러시아 제국이 튀르크 사람들이 거주했던 중앙아시아를 정복하면서 그곳에 있던 음식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긴 작대기에 고기를 꽂아 직화로 구워 먹는 꼬치구이를 얘기한다.
우리네 삼겹살 구이처럼 유명한 음식이며, 샤슬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주로 소고기, 양고기 샤슬릭만 있었으나 최근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으로 영역이 확대되었고,
꼬치 구이를 넘어 대부분의 구이종류를 얘기하게 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샤슬릭 고기와 빵과 양파, 채소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아마 직원분이 봐도 내가 멀리서 샤슬릭을 먹으러 일부러 찾아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꼬치보다는 양갈비구이가 더 어울릴 것이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을 것 같다.

 

 

하루종일 걸었고, 또 저녁을 한번 허탕을 치고 왔기 때문에 배고 너무 고팠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을 생각도 없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깐에 샤슬릭 한 그릇을 해치워버렸다.

 

배가 고팠던 것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양갈비는 초벌을 해뒀다가 내가 주문을 하고 바짝 구워 내어 준 것 같았다.

고기 겉이 부드러우면서도 따뜨하고 또 뼈 근처까지 잘 익은 양갈비였다.

 

저기 붉은 쌈장 같은 소스에 고기와 빵을 찍어 먹었는데 고기의 느끼함을 충분히 잡아주는 소스였고

또 샐러드는 입을 깔끔하게 해줘 식사를 하는 동안 샤슬릭의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배가 부르고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그제야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창 밖의 풍경을 가만히 내다봤는데, 잘 청소되지 않은 창문이었지만

늦은 오후 해가 넘어가는 모스크바의 석양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 한순간 나를 나른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시장 안으로 어둠이 어느 정도 내린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내가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 핸드폰을 들었는데, 직원분이 다시 친절하게 내게 인사를 건네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나 때문에 퇴근도 늦어졌을 텐데 참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던 분들이었다.

 

갑자기 샤슬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찾은 곳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여러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가 있는 시내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도 무기를 든 어느 여성분의 초각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 꽃이나 화분을 둬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완전히 어둠이 내린 시내의 모습과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으로 또 한 번 시선이 빼앗겼다.

 

그리고 사람들도 엄청 많았는데

러시아가 생각보다 안전했고 사람들은 친절해서 나도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밤거리를 녹아들 수 있었다.

치안이 좋은 모스크바였다.

 

 

내가 좋아하는 버거킹

아마 저녁으로 샤슬릭을 먹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이곳의 와퍼밀은 어떤 맛일까

 

 

낮에 이곳을 걸을 때

하늘에 걸린 조명들이 저녁에 어떤 빛을 발할까 궁금했는데, 저녁에 형형색색 조명이 들어온 거리가 궁금증을 완벽히 해결해 주었다.

내 고향 부산의 광복로에도 겨울에 빛축제(트리축제)를 하는데,

멀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부산의 모습이 이렇게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조명이 들어온 건물들도 정말 이뻤다.

여기 건물들은 외관이 입체적이어서 낮에 보아도 참 이쁜데

저녁에는 건물 구석구석 조명을 켜둬 건물이 더 웅장하고 거대하게 보이도록 해뒀다.

덕분에 이렇게 저녁에도 화사한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다시 봐도 야경이 너무 이쁜 러시아 모스크바의 저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금요일 저녁이었다.

그래서 불타는 금요일(불금)을 보내려고 사람들이 시내에 많이 모였나 보다.

 

가끔 이렇게 동물이나 인형의 탈을 쓰고 시내를 거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 드럼 버스킹과 춤추는 불곰국 사람들]

 

 

 

그렇게 모스크바 시내도 실컷 구경하고

금요일 저녁의 모스크바를 맘껏 즐기고 숙소로 향했다.

 

모스크바에도 서울의 따릉이처럼 자전거 공유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거리도 참 깨끗하고, 도로도 넓은 모스크바였다.

 

 

숙소에 와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샀다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먹을 수가 없어 가지고만 있었던

러시아 거대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맥주 종류가 참 많았지만 남겨뒀던 캔맥주는 5.4% 도수의 맥주,

그리고 1L의 양을 가진 맥주라, 다 마시고 나니 배가 부르고 취기가 얼큰 올라 충분히 즐거운 저녁이 되었다.

 

2019.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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