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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아랑(阿娘) 설화, 전설, 혹은 이야기

민속놀이/밀양 密陽

by 청년여행 2023. 3. 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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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 阿娘

 

 

밀양은 밀양 아리랑으로 유명한데,
아랑(阿娘)은 밀양 아리랑 가사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다.
 
 
아랑이의 본명은 윤정옥(尹貞玉)인데
한양에서 부임한 밀양 부사(府使)의 딸이며, 절세가인(絕世佳人)이었다고 한다.
 
부사(府使)는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 관리직을 얘기하는데,
조선시대 정 3품의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와 종 3품의 도호부사(都護府使)를 일컫는다.
이런 관직을 지금은 흔히 '사또'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방 문무관리를 의미하는 '사도(使道)'의 된소리 발음이다.
결국 부사(府使)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사또', 당시 백성들이 불렀던 '원님(員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아랑(阿娘)이는 밀양 부사, 밀양 사또의 절세가인 딸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사모하게 된 한 관노(官奴)가 신분차이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없으리라 여기고,
아랑의 유모와 짜고 아랑을 영남루(嶺南樓)로 꾀어내 겁탈하려 했다.
하지만 아랑이 저항하자 화가 난 관노가 그녀를 죽이고 시체를 어딘가에 숨겨버렸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는 은장도로 자결하고
원한이 풀리기 전까지 은장도가 몸에 꼽혀 있었던 것으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밀양 부사는 결국 범인을 찾지 못 했고,
이에 낙심하여 부사 자리를 그만두고 한양으로 돌아갔는데,
그 후 밀양 부사로 새로 부임하는 사람마다 첫날밤에 귀신을 보고 놀라 죽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모두들 밀양 부사 관직을 피하게 되었는데,
실력은 뛰어나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과거 급제를 못하고 과객으로만 지내던
'이 상사'란 사람이 자원해 밀양 부사로 부임하여 오게 되었다.
 
그렇게 부임 첫째 날 밤이 되고, 부사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지고 머리가 잔뜩 산발인
피투성이 처녀귀신이 부사의 방으로 들어왔다.
 
'이 상사'는 놀랐으나 침착하게 귀신의 말을 들어보려 했다.
귀신은 죽어서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이승에 머물게 된 아랑의 원귀(寃鬼)였는데 
자신의 억울함을 사또에게 얘기하며 원한을 풀어달라 부탁한다.
 

저는 윤 부사의 여식으로 영남루에 달구경을 나왔다가 욕보이려는 괴한에게 죽임을 당해 버려졌습니다. 
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새로 부임한 사또를 뵙고자 하였는데
오늘에야 좋은 분을 뵈었으니 제 한을 풀어주십시오.

 

 

사또는 아랑의 원수가 누구인지 물었고,
아랑은,
 

 

내일 아침 나비가 되어 저를 죽인 관노의 갓(패랭이) 위에 앉겠나이다.

 
 

 

라고 얘기를 했다.
'이 상사'는 아랑이 알려준 대로 다음 날 아침 관노를 집합시킨다.
그때 아랑을 죽인 관노의 패랭이(평량자, 平凉子) 위에 흰나비가 앉아 범인임을 알려줬다.
부사 '이 상사'가 그대로 범인을 잡아 영남루 대나무밭에 가 보니,
아랑의 시체가 칼이 꽂힌 채 썩지도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이 상사'가 칼을 뽑으니 그제야 아랑의 시체는 뼈만 남고 육신의 형체는 사라졌다.
아랑의 유골을 거두어 좋은 자리에 묻어주고 재를 지난 다음 범인을 처형하고 나니
그 후로 밀양 부사의 객사에는 더 이상 아랑의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밀양 영남루 密陽 嶺南樓

 

아랑이에 관한 전설은 경남 밀양지역에 오랫동안 입으로 내려오는 전설인데,
실제로 밀양에는 영남루 누각이 유명하고, 영남루(嶺南樓) 옆에는 아랑각(阿娘閣)이 있다.
 
지금도 이런 아랑에 대한 전설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로 재연이 되고 재해석이 되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KBS 전설의 고향에서
1996년 7월 3일 수요일에 방영했던
'나비의 한(恨)' 편에서 밀양 아랑 전설을 소재로 다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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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설의 고향 : 나비의 한]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참 많이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도 겁이 참 많아서 공포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데
이때도 이불 속에 꼭꼭 숨어서 TV를 봤었다.

 

KBS 드라마 '아랑 사또전(2012)'에서도 밀양의 아랑이가 등장했다.
사또 역에는 이준기 배우가, 아랑 역에는 신민아 배우가 나와서 나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밀양의 아랑 전설을 그대로 따라 했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했고, 코믹적인 요소도 있어서 참신한 드라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KBS 드라마 '아랑 사또전'(2012)]

 

영화에서도 아랑이에 관한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가 있다.
2006년에 개봉한 공포영화, '아랑(阿娘, Arang)'이다.
제목에 한자를 같이 사용하고 있고, 영화 제작 스토리에서도 아랑이의 전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배우 송윤하, 이동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는데,
영화 아랑은 이동욱 배우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 공포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여름에 처음 개봉하는 국산 공포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는 충무로 속설을 증명하기도 했다.
당시 '수퍼맨 리턴즈',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한반도'와 같은 블록버스터와 맞붙어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 '아랑(阿娘, Arang)', 2006]

 
이 외에도 밀양 아랑이에 대한 전설은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밀양에는 아랑이를 위로하기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지금은 밀양아리랑 대축제로 이름이 바뀐, '밀양 아랑제(阿娘祀)'가 그것이다. 
 
밀양아리랑 대축제(구. 아랑제)는
'아랑'의 부덕(婦德)과 정순(貞純)을 기리는 행사로, 영남루 중수를 기념하기 위해 1957년부터 진행되었다.
밀양에서는 매 년 봄에 아랑제를 개최하는데,
올해(2023년)는 5월 18일(목)부터 21일(일)까지 나흘간 영남루와 밀양강변에서 펼쳐진다.
 
아랑이의 넉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는 매년 음력 4월 16일에 별도로 펼쳐지는데,
그와 유사한 시기에 아랑제와 아리랑 대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밀양아리랑대축제

밀양아리랑대축제, 밀양아리랑, 밀양문화재단, 밀양시, 밀양강오딧세이, 실경멀티미디어쇼

www.arirang.or.kr

 

무엇보다 밀양에서 아랑이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밀양아리랑 가사에 이 아랑(阿娘)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리랑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 중요하다.
한국인의 정서와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이 아리랑!
밀양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밀양 아리랑의 가사에 아랑이의 전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참 의미가 깊은 것 같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가사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가득한 밀양 아리랑이다.
흔히들 이 구절을 많이 따라 부르는데,
밀양 아리랑의 가사는 엄청 많고 길어서 모두 외워서 부르는 것조차 힘들 정도다.
 
밀양 아리랑의 음정, 이 멜로디에 다양한 가사가 구전으로 내려오는데,
그중 한 구절에 영남루와 아랑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 있네.
밀양의 아랑각은 아랑넋을 위로코 진주의 의함은 논개충절 빛내네.

 

 

밀양과 아랑 이야기,
그리고 밀양 아리랑까지
 
밀양이 참말로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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